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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음의 초점이 어떻게 외부 현실을 바꾸는지, 그리고 매일 자기에게 도착하는 정보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실용적인 도구를 정리한다.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서 발견한 한 가지 일화에서 출발해, 정보 다이어트라는 일상 실천까지 이어진다.
알짜배기 시리즈를 따라온 독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오늘 하루 동안 자기가 어떤 정보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가?”
아침에 스마트폰을 켠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끝없는 정보의 강 속을 떠다닌다. 뉴스, 유튜브 알고리즘, 인스타그램 피드, 카카오톡 단톡방, 광고.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 정보들 하나하나가 자기 마음의 결을 미세하게 바꾸고 있다.
같은 백사장, 두 사람이 본 완전히 다른 세상
한 사람이 백사장을 걷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맨발로 백사장을 걷던 사람. 그런데 그날따라 백사장이 유난히 지저분했다. 세 걸음 걸을 때마다 쓰레기가 하나씩 보였다. 캔, 담배꽁초, 플라스틱 조각. 어디를 봐도 쓰레기였다.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그는 백사장을 포기하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 책을 펼쳤다. 그때 카페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으로 한 줌씩 모아온 예쁜 조개 껍데기들.
그 순간 묘한 충격이 왔다. 자기가 방금 걸어온 그 같은 백사장에서, 같은 시간에 — 외국인들은 한 가방 가득 조개 껍데기를 모았고, 자기는 쓰레기만 보고 왔다는 것.
외국인 관광객 → “예쁜 조개 껍데기 가득한 아름다운 해변”
이 사람 → “쓰레기로 가득한 더러운 해변”
그들은 행복하게 떠났고, 그는 찝찝하게 떠났다.
다른 것은 오직 한 가지 — 무엇을 보기로 했는가.
RAS — 뇌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여주는 메커니즘
이 현상은 신비가 아니다. 신경과학이 이미 정확히 설명한 메커니즘이다. 뇌간에 있는 망상 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라는 신경 필터가 그 비밀이다.
사람의 눈은 매 순간 어마어마한 양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의식이 그것을 모두 처리하면 뇌가 즉시 과부하 상태가 된다. 그래서 뇌는 그 정보를 미리 필터링한다. RAS는 “이 사람이 지금 관심 있는 것”에 맞춰 들어오는 정보 중 일부만 의식에 올려보낸다. 나머지는 의식이 인지하지 못하게 차단된다.
차를 새로 산 사람 → 같은 차종이 도로에 갑자기 많이 보인다
한국에서 외국 가는 사람 → 그 나라 관련 정보가 갑자기 사방에서 보인다
사실 그 정보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다만 RAS가 차단하고 있어서 의식에 안 올라온 것뿐이다. 관심이 생기는 순간 RAS의 필터가 바뀌고, 같은 외부 현실이 다른 모습으로 의식에 도착한다. 광안리 백사장도 똑같다. 외국인들의 RAS는 “조개 껍데기”로 설정되어 있었고, 그 사람의 RAS는 “쓰레기”로 설정되어 있었다. 같은 백사장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백사장이 보였다.
마음의 초점이 바뀌는 순간 현실이 바뀐다
광안리 일화에는 결정적인 후속편이 있다. 카페에서 외국인들의 조개 껍데기를 본 그 사람은 한 가지 의문을 품고 다시 백사장으로 나갔다. “분명히 거기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시선의 결이 달랐다. 쓰레기를 보러 간 게 아니라, 쓰레기 사이에 숨어있을 예쁜 조개 껍데기를 보러 간 것이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 예쁜 조개 껍데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열 개. 손에 가득 차도록.
더 신기한 일은 그 다음이었다. 조개 껍데기를 찾는 동안 쓰레기가 거의 안 보였다. 분명히 거기 있는데도 의식에 올라오지 않았다. RAS의 필터가 “조개 껍데기”로 설정되니, 쓰레기는 시야의 배경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광안리 백사장은 그 한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 단 한 톨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의 초점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 가지 변화로 그가 사는 외부 세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시리즈 7편 [거울의 법칙]과 시리즈 13편 [양자 동기화]에서 다룬 그 자리 — 마음의 한 자리가 바뀌면 외부 세계가 자동으로 재배열된다 — 가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정보 다이어트 — 우리는 매일 무엇에 노출되고 있는가
광안리 백사장의 메커니즘이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우리는 매일 자기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RAS를 훈련받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기가 한 번이라도 클릭한 것과 비슷한 영상을 끝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분노 콘텐츠를 한 번 본 사람은 분노 콘텐츠의 강에 들어가게 된다. 비교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한 번 본 사람은 비교의 강에 들어가게 된다. 소셜미디어, 뉴스, 단톡방, 광고 —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우리 RAS를 매일 훈련시킨다.
결과는 단순하다. 매일 분노 콘텐츠에 노출된 사람의 RAS는 분노 필터로 설정된다. 그 사람이 일상에서 보는 외부 세계도 점점 분노할 일이 가득한 곳이 된다. 같은 거리, 같은 직장, 같은 사람들인데 어제와 다르게 보인다. 시리즈 18편 [진동의 법칙]에서 다룬 밥 프록터의 통찰 — “결과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기 진동이 만든 외부 현실이 곧 자기가 매일 사는 곳이다” — 가 매일 작동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매일 무엇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 일종의 정보 다이어트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상 도구 중 하나가 된다. 음식이 몸을 만들듯, 정보가 마음을 만든다.
표면 논리 vs 알맹이 감정 — 정보의 진짜 결을 캐치하기
정보 다이어트의 핵심 도구는 한 가지다. 표면의 논리가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알맹이 감정을 캐치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만날 때 “이게 맞나, 틀리나”라는 표면의 논리만 평가한다. 이게 함정이다. 외부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동안에도 그 정보 안의 감정은 자기 무의식에 들어와 자리 잡는다. 자기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시선 A · 표면 논리만 보는 사람:
“이 사람이 정말 잘못한 거 맞나? 네티즌들 반응이 맞나, 과한가?”
→ 옳고 그름 평가에 시간 소모.
→ 결과: 자기 RAS가 “분노·혐오”로 훈련됨.
→ 정보의 표면 논리는 평가했지만, 감정은 무의식에 그대로 들어옴.
시선 B · 알맹이 감정을 보는 사람:
“이 정보 전체에 흐르는 주된 감정이 무엇인가? — 증오, 혐오, 분노.”
“이 감정이 내가 살고 싶은 자리에 도움이 되는가? — 아니다.”
→ 정보로부터 거리를 둠.
차이는 결정적이다. 표면 논리만 평가하는 사람은 자기가 그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 정보가 자기 RAS를 매일 훈련시키고 있다. 알맹이 감정을 캐치하는 사람은 정보의 진짜 결을 보고, 자기 마음의 결과 맞지 않는 것에서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자기에게 던지는 한 가지 질문
이 도구를 일상에서 작동시키는 방법은 단순하다. 매일 자기가 접하는 모든 정보에 대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감정이 내가 되고 싶은 자기로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감정인가?”
이 질문에 답이 “예”라면 자기 안으로 들어오게 두면 된다. 답이 “아니오”라면 거리를 둔다.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매일의 정보 환경을 자동으로 정돈해주는 강력한 필터가 된다.
시리즈 22편 [카르마와 끌어당김]에서 다룬 그 자리 — 감정이 곧 카르마의 원인 — 이 매일 실천되는 자리가 여기다. 자기가 매일 흡수하는 감정의 결이 곧 자기가 매일 송출하는 진동의 결이 되고, 그 진동이 자기가 매일 끌어당기는 외부 현실의 결이 된다.
부정 감정도 누군가에겐 원동력이다 — 옳고 그름의 함정
한 가지 중요한 보완. “부정적 감정의 정보는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는 결론은 잘못된 단순화다.
분노, 증오, 비판, 반발심 같은 감정이 누구에게나 항상 해로운 게 아니다. 어떤 영혼에게는 그 감정이 자기 고유성을 발현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사회 풍자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 비판이 원료
편견을 깨려는 예술가 → 반발심이 원료
사회 문제를 비평하는 저널리스트 → 정의로운 분노가 원료
이 사람들에게는 “긍정만 흡수하라”는 권유가 오히려 자기 고유성을 잃게 만든다.
시리즈 15편 [끌어당김과 내려놓음]에서 다룬 노자의 도(道) 사상이 여기서 다시 작동한다. 우주는 양극단의 균형으로 작동한다. 평화의 영혼만 있는 세상은 작동하지 않는다. 분노로 사회를 바꾸려는 영혼도 필요하고, 사랑으로 평화를 만들려는 영혼도 필요하다. 둘 다 우주에 필요한 자리다. 그러므로 부정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감정이 자기 영혼의 결과 맞는지가 진짜 질문이다.
외부의 평가에서 자기 안의 결로 — 판단 기준의 이동
정보 다이어트의 가장 깊은 자리는 결국 한 가지 이동에 있다. 판단 기준을 “외부의 옳고 그름”에서 “자기 안의 결”로 옮기는 작업.
“이 정보가 맞는 정보인가?”
“이 사람의 의견이 옳은가?”
“이 뉴스가 진실인가?”
→ 결과: 매일 평가에 에너지 소모. RAS는 그 정보에 훈련됨.
“이 정보 안의 감정이 내가 살고 싶은 자리에 도움이 되는가?”
“이 콘텐츠를 매일 흡수한 후 내 마음이 어떤 결이 되는가?”
“이 알고리즘이 내 RAS를 어디로 훈련시키고 있는가?”
→ 결과: 자기 결에 맞는 정보만 흡수. RAS가 자기에게 맞는 방향으로 훈련.
시리즈 12편 [내가 원하는 일]에서 다룬 자기 핵심 가치를 찾는 작업, 시리즈 17편 [정체성을 바꾸는 법]에서 다룬 정체성 부여, 시리즈 19편 [마인드셋]에서 다룬 태도 선택 — 이 모두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판단 기준이 외부에서 자기 안으로 옮겨질 때, 인생의 모든 차원이 바뀌기 시작한다.
오늘 한 가지를 자기에게 적용해보자. 오늘 자기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정보 소스 — 유튜브 알고리즘, 인스타그램 피드, 단톡방, 뉴스 — 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정보들 안에 흐르는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본다. 그 감정이 자기가 살고 싶은 자리의 결과 맞는가.
광안리 백사장에 있던 조개 껍데기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그가 못 본 것뿐이다. 자기 인생의 모든 풍요로움도 똑같이 작동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거기 있다. 자기 마음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지는 순간, 보이기 시작한다.
※ 이 글은 신경과학의 망상 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이론, 미디어 심리학의 정보 환경 영향 연구, 그리고 동양 영성 전통의 무위·균형 사상을 종합해 정리한 인사이트 칼럼이다. RAS의 정확한 신경과학적 작동 원리는 학술 자료를 참조하기를 권하며, 깊은 정보 의존성·미디어 중독 증상이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진단과 동행이 권장된다.